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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뇌가 등장했을 때는, 현재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그와 관련된 에너지를 관리하기 위한 용도를 가졌을 것이다. 몸 전체의 움직임이나 에너지 관리를 한 곳의 허브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

그 후 뇌는 좀 더 발달해서 과거의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래 쪽 산에 갔더니 위험한 것이 있고, 위쪽 산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다는 정보를 기억해야 같은 시행 착오를 겪지 않고 더 나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기억 못하고 다시 아래 쪽 산으로 내려갔다가 맹수에게 잡아 먹히는 종이라면 번식력이 아주 좋아야 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뇌는 좀 더 발달해서 미래의 정보도 예측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연은 경쟁 상태이고, 나의 경쟁자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미리 예측해서 행동할 수 있게 되면, 경쟁자는 도저히 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본질적으로 현생 인류가 지구상 다른 동물들에 대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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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어딘가에 기록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떠올려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인데,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할텐데, 미래의 일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그것이다. —물론 그 가정은 현실에서 꽤 많은 경우에는 옳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각보다는 적지 않게 일어난다.

이런 미래 예측 능력은 상당히 강력하면서도, 또 다른 것과 연결되어 있는데, 만일 미래 예측에서 시간적인 개념을 떼어 놓는다면, 그것은 이미 일어 났지만, 나는 모르는 일에 대한 추론도 가능하게 된다. —물론 그 추론은 항상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정답이 주어진다면, 추론과 정답의 오차를 줄이는 과정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현재 주어진 정보로 새로운 정보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상상력과도 맞닿아 있는 능력이다. 결국 상상력이란 것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정보를 이용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예측력, 통찰력, 창의력 등은 모두 비슷한 범주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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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의 뇌는 현재 움직임을 제어하고, 과거의 정보를 기억하고, 아직 모르는 모르는 정보를 생성해 내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언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복잡한 계산 능력 등도 뇌에 가진 다른 능력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가 발전해 온 과정을 되짚어 보면 우리의 뇌는 결국 예측해서 정보를 생성하는 능력 —여기에는 추론, 상상력도 모두 포함된다— 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왔음을 알 수 있고, 그런 맥락에서 우리 뇌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역량은 바로 예측과 통찰,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폰 노이만이라는 귀신 같은 두뇌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아인슈타인이 훨씬 더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이다.